거인과 난쟁이,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여정: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거인과 난쟁이,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여정: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대학교 2학년, 문학 수업에서 처음 《걸리버 여행기》를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해외여행을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낯선 곳을 탐험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죠. 그런데 이 책은 제게 단순한 여행담이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깊은 성찰을 선물했습니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걸리버라는 선원을 통해 리릴리풋, 브롭딩낵, 라퓨타, 후이넘
등 상상 속 섬들을 여행하며 각 사회의 기이한 풍습과 정치, 문화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동시에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리릴리풋의 난쟁이들은 키가 작은 만큼 사소한 일에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치졸한 권력 다툼에 몰두합니다. 반면, 브롭딩낵의 거인들은 인간을 작은 벌레로
여기며 인간의 잔혹함과 어리석음을 비웃습니다. 이러한 대조적인 설정은 인간의
크기와 권력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허무한 것인지 일깨워줍니다.

라퓨타는 하늘을 떠다니는 섬으로, 과학 기술에만 매달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사회를 꿈꿉니다. 이들은 지적인 탐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무관심하며,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이는
과학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인간성 상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후이넘은 말을 할 수 있는 말과 인간이 공존하는 섬입니다. 이
섬에서는 말이 인간보다 지적이고 도덕적으로 뛰어나며, 인간은 오히려 말의
노예로 전락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폭력성을 반추하게 만드는
동시에 진정한 지혜와 도덕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단순히 재미있는 모험담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익살스러운 유머와
풍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저는
리릴리풋의 난쟁이처럼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라퓨타의 사람들처럼 지식에만 매몰되어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후이넘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에 눈이 멀어 진정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걸리버 여행기》는 저에게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나약함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세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지혜를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다시 한번 이 책을 펼쳐들고, 걸리버와 함께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나보세요.
당신도 저처럼 인간 본성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세상을 향한
시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