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왜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또 그에게 실망하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왜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또 그에게 실망하는가


대학교 2학년, 문학 수업 시간에 처음 만났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 그 이상이었습니다.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폭력과 맹목적인 영웅숭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었죠.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섬뜩함과
동시에, 가슴 한구석을 뜨겁게 울리는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주인공 '한병태'의 심정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학교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자신보다 힘이 센 '엄석대'라는 존재 앞에 끊임없이
굴복해야만 했던 그의 고통은 제가 겪었던 학교 생활의 기억과 겹쳐졌습니다.
엄석대는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며, 학교라는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나가죠.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엄석대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였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는 폭력과
협박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지만, 동시에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행동은 옳지 않지만, 그의 내면에는 상처와
외로움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엄석대를 통해 저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그 경계는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엄석대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두운 욕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적인 행동을 상징합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히 학교폭력을 다룬 소설이 아닙니다. 맹목적인
영웅숭배와 권력에 대한 탐욕,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둠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마치 거울처럼 독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제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지는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누군가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히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의 문제를 반추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왜 우리가 영웅을 만들고, 또 그에게 실망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