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허울 아래 숨겨진 야만성, 《파리대왕》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문명의 허울 아래 숨겨진 야만성, 《파리대왕》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대학생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강의와 과제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면
늘 책을 펼칩니다. 삶의 고민을 잠시 잊고 다른 세상에 몰입하는 시간,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시름을 잊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파리대왕》은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곱씹을수록 더욱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문명 세계에서 벗어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영국
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질서와 규칙을 세우며 문명 사회를 재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점차 원초적인 본능에 잠식되어 야만성을 드러내며 폭력과
혼돈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문명 사회 속에서 교육과 법, 도덕을 통해 이성적인 존재로 살아가지만,
과연 그 내면에는 야만성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파리대왕》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섬뜩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히 주인공 랄프와 그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잭의 대비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랄프는 이성과 질서를 중시하며 문명 사회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불을 피우고 구조 신호를 보내며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잭은 원초적인 본능에 끌려 사냥과 폭력에 집착하며 급기야는
랄프를 공격하기까지 합니다.

랄프와 잭의 대립은 단순히 개인의 갈등을 넘어서 문명과 야만, 이성과 본능의
대결을 상징합니다. 문명 사회의 규칙과 질서가 사라진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인간은 본래의 모습, 즉 야만성을 드러냅니다.

《파리대왕》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우리는 문명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
잠재된 야만성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문명의 껍질 아래 숨겨진 야만성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혹은 우리 안에 잠재된
야만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파리대왕》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을 요구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뉴스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을 보며 단순히 비난하기보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파리대왕》은 섬뜩하지만, 동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직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